프로 일잘러
장애인 e스포츠 국가대표 양은호 선수
어제의 바람을
현실로 이뤄내다
글. 임산하
사진. 김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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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꿈’으로 둘 때에는 그저 비현실적이지만, ‘꿈’의 자리를 ‘노력’으로 채우면 그것은 점차 현실이 된다.
e스포츠의 열기가 뜨거운 요즘, 추상을 실재로 만든 장애인 e스포츠 국가대표 양은호 선수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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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게 열망하던 프로게이머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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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재채기와 짝사랑처럼 숨길 수 없어질 때 그 속은 순수하게 투명해진다. 사람에게는 들킬 수밖에 없는 진심이 있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 그 안에서 경험하는 설렘, 그 기분을 설명하는 표정. 그 순간에는 일말의 작위도 끼어들 틈이 없다. 마치 얼굴과 가슴이 연결된 것처럼. 그리고 그 맑은 마음으로 e스포츠를 마주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국가대표 양은호 선수다.
작은 화면을 통해 큰 세상과 만나는 그는 지난해 열린 ‘2024 장애인 e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부문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임하는 경기라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남달랐죠. 입상이 확정되고 국가대표로 발탁이 되어 정말 영광스러웠어요. 그날의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습니다.”
뜻깊었던 그날을 다시금 감각하듯 양은호 선수의 얼굴에 기쁨이 어린다. “꿈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구나 싶었어요. e스포츠를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거든요.”
중학생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꿈꿨던 그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완강했던 그의 마음에는 늘 e스포츠를 향한 열망이 꿈틀거렸다. 당대에도 여러 프로게이머가 이름을 날렸지만, 그럼에도 게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마뜩잖았다. ‘게임’은 그저 ‘오락’에 불과하다는 편견에도 그는 꾸준히 꿈을 키웠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FC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5,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메달을 획득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걸어갈 길도 기대가 돼요. e스포츠의 열기가 식지 않도록 저도 계속해서 노력할 겁니다.”
e스포츠는 비교적 신체적 제약에서 자유로워 장애인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장애인 e스포츠가 등장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최근 지자체에서도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양성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양은호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광양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장애인 e스포츠 훈련센터를 개강해 12세 이상, e스포츠를 사랑하는 장애인과 가족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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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하게 노력하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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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들려오는 무성의한 말들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양은호 선수. 그의 강점은 ‘문턱이 있으면 넘으려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도하고, 부딪치려는 성격이 오늘의 양은호 선수를 만든 셈이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진리를, 그를 보며 되새긴다. 양은호 선수가 광양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로 활동하게 된 시작도 꽤나 남다르다. 운동선수인 친구를 따라 방문한 광양국민체육센터에서 마침 e스포츠 선수 모집 공고문을 보게 된 것.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당당히 발탁이 된 그는 이후 ‘포스코 1% 나눔재단’의 탄탄한 장비 후원과 광양시장애인체육회의 교육 지원을 통해 훈련을 받았다. 그러고는 첫 경기 출장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쥐었다. 광양시장애인체육회로 온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이뤄낸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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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희망하는 것, 바라는 것, 꿈꾸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인생인 데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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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 열린 2023년 제7회 흥타령배 전국장애인 e스포츠대회였는데, 실은 처음 나간 경기여서 무척이나 떨렸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점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평소 연습하던 대로, 저를 믿었던 덕이에요. 모두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대회였죠.”
누구나 처음은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 긴장감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힘은 ‘나’의 어제에서 나온다. 연습은 결코 우리를 배반하는 법이 없다. 잠깐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놓지 않는 그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훈련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는 유튜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 영상을 보거나 강의를 챙겨 보며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요. 그리고 체력 단련도 잊지 않아요. 오전, 오후로 나눠서 운동도 2~3시간씩은 꼬박꼬박 하죠.”
그가 연습을 할 때 신경 쓰는 것은 하나는 승패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것이다. 연습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연습을 통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운동을 통해 몸을 이완시키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힘도 얻는다.
이후 그는 ‘제1회 용산 장애인 e스포츠 페스티벌’, ‘2023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에서도 당당히 입상을 했다.
“이런 기회와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광양시장애인체육회의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는 국가대표로서 더욱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생각입니다.”
사람은 여유 속에서 힘을 얻는다. 팽팽하게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 결코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는 양은호 선수. 그래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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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마음에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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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많은 이가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찬 목표를 세우는 때다. 양은호 선수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제 롤모델이 페이커 선수인데, 저도 그분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도 변함없이 차근차근 걸어가야겠죠. 훗날 이름만 들어도 아는 선수, 남들에게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어 많은 이가 장애인 e스포츠를 주목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지적장애를 가진 양은호 선수는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한다.“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지요. 차별은 이를 틀렸다고 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사실 ‘다름’ 에만 집중하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어린 학생으로서도 고정관념을 마주해 왔지만, 그 어떤 것도 그를 흔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전한다.
“내가 희망하는 것, 바라는 것, 꿈꾸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인생인 데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지 않겠어요?” 양은호 선수는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의 취업 선수로도 활약 중이다. 그의 장래에 기대감을 갖는 이가 많다는 증거다. 그러나 그는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보낸다. 꿈을 이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만하는 법 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뒤따라올 후배들을 위해. 그렇게 가장 ‘나’다운 채로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