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자연 품고 사람 담은 길
서울시 서대문구
안산자락길
글. 권다인
사진. 김범기
2023년 3월, 산림청은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하여 ‘걷기 좋은 명품 숲길’ 30선을 선정했다. 그중 ‘안산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로 이름을 올린 서울 서대문구의 안산자락길은 연간 약 8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도심 속 대표 산책로이다. 어디든 걸으면 길이라지만, 안산자락길은 다르다. 국민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진심이 있다. 그 마음을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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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순환형 무장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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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이름과 같이 안산(鞍山)을 둘러싼 산책로다. 말의 안장 같이 생겨 안산이라는데, 조선시대에는 어머니의 산이라는 뜻의 모악산(母岳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옛 이름 때문일까.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너른 마음으로 품겠다는 듯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약 7㎞ 길이의 안산자락길은 서대문구의 6개 행정동에 속하며 신촌역과 홍제역, 무악재역, 독립문역과 가깝다. 홍제천과 연결되어 있고, 무악재 하늘다리를 통해 인왕산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특히 순환형 길로 조성되어 여러 진출입로 중 어디에서 시작해도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덕분에 주변으로 놓인 서대문형무소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연희동, 신촌 등 서울의 명소들과 함께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안산자락길의 접근성을 이야기하자면 ‘전국 첫 순환형 무장애 길’이라는 타이틀을 빼놓을 수 없다. 유아차나 휠체어 등이 편히 오가고 어린이나 노인 등 보행 약자도 무난히 오를 수 있도록 비탈이 심한 곳에는 나무 덱이나 미사토 등을 이용해 계단 없는 길을 냈다. 경사율 또한 9% 이내로 낮췄고 곳곳에 벤치와 쉼터, 화장실을 놓아 편히 걷고 쉬어갈 수 있다. 다만, 자전거의 통행이나 등산스틱 사용, 아이젠 착용 등은 금지된다. 중간중간 등산로로 연결된 길도 많지만, 자락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놓칠 걱정을 덜 수 있다.
국민 누구나 마음 편안히 산을 오르고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마련하여 고민한 마음이 길을 걷는 내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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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순환형 무장애 길’이라는
타이틀을 빼놓을 수 없다.
유모차나 휠체어 등이 편히 오가고
어린이나 노인 등 보행 약자도
무난히 오를 수 있도록 비탈이 심한 곳에는
나무 덱이나 미사토 등을 이용해
계단 없는 길을 냈다.
경사율 또한 9% 이내로 낮췄고
곳곳에 벤치와 쉼터, 화장실을 놓아
편히 걷고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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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즐기는 사계절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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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봄이면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벚꽃 나무가 꽃잎을 흩날리고, 여름이 시작되면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아까시나무가 먼 곳까지 향을 풍긴다. 필연적으로 물드는 단풍이 전하는 가을의 아늑함이나 겨울에도 여전한 숲의 상쾌함 등 변화하는 계절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빼놓지 말아야 할 안산자락길의 대표 장소로 여겨지는데, 빽빽하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장관이다. 마치 산림욕장에 온 기분이라 괜스레 숨을 깊게 들이쉬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 높은 위치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한강, 인왕산, 북한산, 청와대 등 다양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편한 덱 길을 걸으면서도 전망대에 오른 것마냥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주변 산들과 높은 건물 및 주택가가 어우러진 풍경 덕에 야경 명소로도 잘 알려졌다.
평소 삶의 순간을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도 안산자락길에 발을 들이면 매 순간을 꼼꼼하게 마음속에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자연을 걷기 좋고 누리기 좋은 길로 만날 수 있다. 어머니의 산에 놓인 길이란 그런 마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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