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공감
가벼운 즐거움, 간편한 재미
숏폼은 일상을 찢어
글. 임산하
누구나 알고, 누구나 따라할 만큼 ‘슬릭백 챌린지’의 명성이 대단하다.
이 과정에는 SNS의 독보적인 영향력이 한몫했는데, 우리가 짧은 영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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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타고 모두에게 퍼진 슬릭백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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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단연 최고의 뷰를 자랑한 영상이 있다. 바로 ‘슬릭백 춤(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양발을 앞뒤로 번갈아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동작을 반복하는 춤)’을 선보인 ‘슬릭백 챌린지’. 이 영상은 영상 플랫폼 틱톡에 업로드 된 지 일주일 만에 2억 뷰를 달성했다. 월드스타도 쉽게 이루기 힘든 조회수를 얻은 주인공은 중학생, 이효철 군. 중력을 거스르는 듯 초전도체가 자석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준 영상 속 그의 모습에 많은 이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편집 기술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진실한 중력의 힘’ 아래에서 어떠한 기술 없이 그저 놀라운 역량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SNS 속 ‘좋아요’, ‘공유하기’ 등을 통해 일시에 유명인사가 된 그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초대되었는데, 거기서 그는 “자고 일어나 보니 1위가 되어 있더라고요”라며 인기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말 아무런 기대 없이, 재미 삼아 올린 영상이 이른바 ‘떡상(수치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해 그를 유명인으로 만든 것. 더불어 ‘슬릭백 춤’도 유명해지면서 이제 너도나도 슬릭백 춤을 춰 보곤 한다. 틱톡을 하지 않거나 SNS에 익숙지 않은 이도 이 춤만큼은 모를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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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특히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비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숏폼 콘텐츠에서 우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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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에 들어선 숏폼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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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누군가를 스타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SNS의 기세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르는데, 이러한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이 숏폼(Short Form)이다. 숏폼 콘텐츠는 짧고 굵은 영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예가 위에서 언급한 ‘틱톡’이다. 개성을 담은 영상,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 등 각양각색의 영상을 만날 수 있어 쉽게 빠져드는 것도 재미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가 더해지면서 숏폼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특히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비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숏폼 콘텐츠에서 우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한다. 어째서일까.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재미를 좇는 존재다. 놀고자 하는 욕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이 보여주는 재미 추구 행동에는 특별함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재미라고 느끼는 속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그 지속 시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짧은 콘텐츠가 주는 재미, 이 간편하고도 자극적인 즐거움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해당 책에서는 이를 ‘도파밍’ 트렌드라 부른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파밍(Farming; 게임 용어로서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작물을 수확하듯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을 합친 단어로, “깊이 몰입하지 않더라도 재미만 얻을 수 있으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크리에이터 전문 기업 콜랩아시아는 지난해 초 시청자 데이터 분석 자료를 통해 전체 시청자 뷰의 약 88%가 쇼츠에서 발생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때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숏폼의 ‘불길’과 ‘기름’은 무언가를 태우기 위한 것일까, 무언가를 데우기 위한 것일까. 가속하는 디지털화 속 스마트폰은 일상이 되었고, 이 시스템은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나’ 의 선택과 ‘나’의 좋아요는 때로 가장 정치적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기도 한다. 비록 그것이 ‘나’의 완강한 일상을 이완시키는 개인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숏폼의 세상에는 일상을 즐겁게 하는 ‘슬릭백 챌린지’와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공존한다. 이 모든 일상에 결코 경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