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플루언서
에이블라인드 양드림 대표
시작은 가볍게, 끝은 짙게
재미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
글. 임산하
사진. 황지현
장애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계속해서 세상에 자취를 남기고 있는 에이블라인드. 에이블라인드의 양드림 대표는 자신의 이름처럼 즐거운 꿈을 꾸며,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써 간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장애 예술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기업 에이블라인드(ablind)를 운영하는 양드림입니다. 에이블라인드에서는 장애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전시회 운영, 굿즈 제작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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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창업을 선택하신 이유와 더불어 ‘에이블라인드’를 설립하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자유로운 환경에서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고, 억압된 환경을 좋아하지 않기에 취업은 제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꾸려 나가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창업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시각장애 유튜버가 진행하는 ‘우령의 유디오’ 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그리는 콘텐츠를 보고 시각장애 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던 게 ‘에이블라인드’의 시작이었고요. 사실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나 장애인을 집으로 데려와서 같이 살고는 했는데, 그들을 도우며 살았던 것이 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Q.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시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잘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바로 실행력이에요. 냅다 해 보는 주의라서, ‘안 되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될 때까지 하죠. 물론 여기서 안 되면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인 거예요. 그래서 시작할 때의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시작하고 나서가 고행이었죠. 처음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시각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이용한 유리컵, 스마트톡 등의 굿즈를 판매했고, 이후에는 <함께 봄>이라는 이름의 첫 전시회를 열었어요. 다달이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바빴지만, 저는 실행해야만 하는 사람이라 힘들면서도 즐겁게 했었어요.(웃음)
Q. <함께 봄> 외에도 <검은색 사랑>, <물의 색>이라는 이름의 장애 예술인 전시를 계속한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해당 전시회를 진행할 때 중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역시 배리어프리이지요. 특히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시 공간 바닥에 선을 깔아 두어 직접 밟으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3D 프린팅을 이용해 작품을 손으로 만지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작품마다 QR코드를 삽입해서 음성해설도 제공했지요.
Q. 작품은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때로 해석은 감상하는 사람의 몫이기도 한데요. 음성해설은 어느 부분까지 제공하나요?
저희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기에 작품 설명 다음에 해석이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이때 해석은 따로 넘길 수 있어요. 작품 설명은 객관적인 설명과 그림에 담긴 시각적인 요소를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십니다.
Q. 에이블라인드와 함께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직접 근무하는 형태는 아니고 프리랜서로 협업하고 있으며, 50여 명의 분들과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도 전시회를 열 때마다 공모를 합니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으니, 스스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마시고 자유롭게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장애인분들도 하시던 분들이 계속 참여하시는데, 저희는 좀 더 다양한 그림과 많은 예술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제4회 장애 예술인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며, 5월 31일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전시 제목은 <나의 모든 순간>으로, 다양한 감정과 함께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이 외에도 에이블라인드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요?
제가 인플루언서 활동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모두가 모이는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를 발견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드림 나잇’이라는 이름의 파티를 열어 장애 유형에 가리지 않고 모든 장애인이 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과 연말에 총 2번 진행한 ‘드림 나잇’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게임도 하고, 파티도 하면서 그야말로 함께 놀며 친구로 발전하는 관계가 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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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림 나잇’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준비 과정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모든 장애인이 올 수 있는 파티를 만드는 것은 장소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지출이 커지는 일이었죠. 그럼에도 강행했던 건 모두가 불편을 겪으면서도 배려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의의를 두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시도할수록 나아질 것이고, 이는 의식을 깨우는 일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의식을 깨우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저는 장애인에게 놓인 사회적 장벽이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장애인 스스로가 알고 있는 신체적 장벽,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인식의 장벽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무의식이라는 장벽인데, 이를 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던 의식을 깨우는 일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하죠. 실제로 ‘드림 나잇’에서 한 비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 옆에 케이터링 음식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못 먹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했어요. 무의식을 허무는 것은 인식을 개선하기에 앞서, 의식의 영역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 또 이는 공감의 시도가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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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많이들 제게 ‘선한 영향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세요. 그런데 겸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저는 정말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왈가닥에 가깝죠. 단순히 제가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분들도 재밌게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조금 덜 심각하게요. 때로 장애인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알아 가면 되는 거예요. 잘 몰라서, 그래서 지나치게 친절했다면, 그것은 무례가 아니잖아요. 의식을 일깨워야 우리는 행동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양드림 대표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중에 재단을 세우고 싶습니다. 지금은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이윤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그래서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 누군가를 도울 힘도 생긴다고 느껴요. 언젠가는 ‘장애씬’의 판도를 바꿔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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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제가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분들도 재밌게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조금 덜 심각하게요.
때로 장애인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알아 가면 되는 거예요. 잘 몰라서, 그래서 지나치게 친절했다면, 그것은 무례가 아니잖아요. 의식을 일깨워야 우리는 행동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