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공감
술방에 취하기보다
제대로 취해야 하는 술방
글. 임산하
술방이 대중적으로 인기인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기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그 위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술방을 그저 단순히 재미로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법정에서는 심신미약을 근거로 범죄자에게 주취감형을 해 주는 등,
사람이 아닌 술의 편을 들 정도로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
술방을 단순히 재미로만 보기는 어렵다.
술방을 소비하는 우리가 이러한 문화에 일조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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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방이라는 콘텐츠를 만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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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하자’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으레 하는 인사로 통한다. 너도나도 밥 먹듯 술을 마시니 이에 대한 거리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L로, 5.8L인 전 세계 평균 연간 알코올 소비량의 1.5배에 달한다. 다행히도 점점 술자리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술’을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흔히 술을 마시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좀 더 솔직해지며, 그래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는 말들은 아무렇지 않게 떠돈다. 약물의 일종인 술은 대뇌의 제지기능을 억제하는 등 신체적·심리적 기능을 변화시키는데, 이를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의탁하는 것이 오늘의 ‘술방’을 인기 콘텐츠로 만들었다.
‘술방’은 ‘술을 마시며 하는 방송’을 뜻한다. 이제는 종영했지만 술방의 시초라 할 수 있는 tvN <인생술집>처럼 ‘술과 토크를 결합한 토크쇼’를 모토로 한다.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유튜브에서는 술방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데, 래퍼 이영지, 방탄소년단 슈가, 개그맨 신동엽 등 인기 연예인들이 술방의 MC로 활약하며 인기를 끄는 중이다. <인생술집>의 프로그램 소개글 일부를 빌리자면 ‘스타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
가장 핫한 이들의 가장 인간적인 술자리’가 계속해서 콘텐츠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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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로 증명되는 술방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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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타가 ‘신비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좀 더 과감해지고 좀 더 솔직해질수록 대중들은 반응한다. 이때 스타들이 편히 베일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술방이다. 술 앞에 장사 없는 모습을 보여 줘도, 술을 마셔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여 줘도 괜찮다. 이 모든 것은 스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여기에 적당히 불콰해진 얼굴로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모습은 친근감도 준다.
이는 조회수로 증명된다. 술방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래퍼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구독자가 340만 명(2024년 4월 초 기준)이지만 영상 조회수는 1,000만에서 2,000만을 상회한다. 물론 방탄소년단 진, 블랙핑크 지수 등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들의 출연이 조회수를 보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또 그래서, 이들이 술을 마시며 우리처럼 취하고 때로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다들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해당 영상들이 쇼츠로도 재생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개그맨 신동엽의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의 콘텐츠도 123만 명(2024년 4월 초 기준)의 구독자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다. 그런데 썸네일만으로도 출연진들이 얼마나 취했는지 느껴질 정도인데 이러한 모습을 단순히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여기에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진행하는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까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그저 하나의 즐거움으로 넘기면 그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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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즐거움으로 소비하기 어려운 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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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술방의 인기에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절주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2023(개정판)’을 공개했다. 새롭게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하고,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이는 OTT 서비스와 유튜브 등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그러나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기에 콘텐츠 제작사에서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시청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술방의 인기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위해성을 이해하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특히 술방은 미성년자의 접근이 쉬우며, 음주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법정에서는 심신미약을 근거로 범죄자에게 주취감형을 해 주는 등, 사람이 아닌 술의 편을 들 정도로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 술방을 단순히 재미로만 보기는 어렵다. 술방을 소비하는 우리가 이러한 문화에 일조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 잔, 두 잔,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은 과격해지며 나를 제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지하는 그 순간, 그 모습은 결코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품성을 지키는 것이 사람다운 것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