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컬처
장애인이 등장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편견을 벗기는 역할을 하다
글. 김헌식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
EBS <딩동댕 유치원>에는 장애를 가진 아동이 등장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장애 아동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고, 여러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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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한
<딩동댕 유치원> -
많은 연구 결과에서 증명이 되었듯이 편견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접촉이다. 장애인에 관한 편견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자주 접촉하면 편견을 줄일 수 있으며, 어른보다는 어린이일수록 효과가 크다. 장애인을 대하지 않을수록 선입견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아기부터 장애·비장애 통합적 교육 환경이 꾸려져야 한다. 장애인들은 거리에 많이 있어야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여겨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은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2023년 12월 1일,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이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했는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딩동댕 유치원>의 수상 배경에 대해 “신체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성을 대표하는 인형 캐릭터와 아역들이 함께 약 350편 이상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해 장애아동 참여 환경 조성과 장애 인식개선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프로그램에서 신체장애 아동 ‘하늘’은 운동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신체장애가 있으면 운동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경향과는 다르다. 대개 장애인 캐릭터는 동정을 유발하는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의상을 착용하고 등장하는 사례가 있는데, 하늘 캐릭터는 이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밝은 것은 물론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구김살이 없는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같은 또래의 어느 어린이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물론 너무 인위적으로 이러한 점을 부각하지는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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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장애 아동 캐릭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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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부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별이’ 캐릭터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었다. 별이는 몸을 팔랑팔랑 흔들고 좋아하는 자동차 이름을 줄줄이 외며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빛과 냄새에도 예민하다. 아무래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미친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프로그램 제작진은 단순히 인기에 영합한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와 전문 서적 등을 충분히 참여와 학습을 통해 제작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EBS에서는 수상과 더불어 “별이의 등장을 위해 <딩동댕 유치원> 제작진은 약 1년간 전문가의 자문, 관련 서적은 물론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아동 가족의 인터뷰 및 교육과 일상을 담은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또 별이가 딩동댕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어우러지는 과정을 담고 표현하기 위해 매 단계 특수학교 교장, 자폐스펙트럼장애 관련 정신의학과 전문의 등으로 꾸려진 자문팀의 조언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평균적인 장애인 모습보다 매력적인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중요한 단계다. 별이가-이름이나 외모로 여자아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단발머리를 한 여자아이라서 개성 있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젠더리스 관점을 장애아동 캐릭터에 투영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아동이지만 어떤 천재적인 소녀 즉, 서번트 신드롬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아 특징적이었다. 이 때문인지 자폐 아동 가족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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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뿐만 아니라 장애인 진행자가 등장하는 해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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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프로그램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은 그간 해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영국 BBC의 어린이 채널 씨비비즈(CBeebies)의 새로운 진행자에 환호성이 쏟아졌는데, 그가 배우이자 댄서인 웹스터였기 때문이다. 웹스터는 다운증후군 청년으로 영국 지적장애인 인권단체 맨캡(Mencap)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취학 연령대의 다운증후군에 관한 편견을 없애려는 <바이트사이즈>를 제작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씨비비즈(Cbeebies)는 <텔레토비(Teletubbies)>로도 유명한 유아 교육용 채널인데 일찍부터 장애인 출연자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2009년에는 절단장애인 캐리 버넬을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용해 큰 반응을 끌어냈다. 캐리 버넬은 2013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바가 있어 웹스터의 등장이 매우 놀랄 일만은 아니었다.
이런 사례는 영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지난 2017년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줄리아’라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줄리아는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하고, 질문에 즉각 대답을 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는가 하면 그네 타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블록 줄 세우기를 잘했다. 이러한 점을 특별한 재능으로 보이기보다 또래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생활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2022년 영국의 인기 애니메이션에도 자폐성장애인이 등장했다. 바로 1980년대부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된 <토마스와 친구들>에서 자폐성장애의 캐릭터, 브루노를 선보였다. 브루노는 사람이 아니라 기차다. 브루노의 목소리 주인공은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9살 소년 엘리엇 가르시아였다. 그는 “브루노는 매우 똑똑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정신적으로 불안한 일을 겪지만 웃음으로 이를 극복한다”라고 브루노의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자폐성장애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으며, 브루노가 모든 기차 트랙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점, 시끄러운 소리에 노출되면 김을 내뿜는 귀 보호 장비를 착용한 것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방송 미디어 콘텐츠에서 장애인 캐릭터의 등장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성은 물론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인 등장이 중요하며 장애 유형에 따른 고른 안배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장애아동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주로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제작 방영된다. 민영 방송이나 상업 방송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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