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일터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웹진

사내 카페를 책임지는 바리스타

잠실월드타워 36층. 너른 창 너머 서울의 전경이 펼쳐지는 라운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한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테이블 위에는 맛있는 음료가 놓여 있다. 무료로 운영하는 사내 카페 ‘피크 커피(PEAK COFFEE)’에서 제조한 것. 피크 커피에 근무하는 5명의 직원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이다. 이들이 소속된 곳은 ㈜에이피알커뮤니케이션즈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하 에이피알)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소통’이라는 뜻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느껴지듯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경계 없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 5월에 설립한 에이피알커뮤니케이션즈의 전체 직원 수는 64명이며 장애인 직원 수는 23명. 장애인 직원은 물류·사무 업무, 헬스키퍼, 바리스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데, 에이피알의 상시 근로자 수가 증가하여 장애인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사내 카페 ‘피크 커피’를 연 것은 지난해 하반기의 일이다. 특히 피크 커피는 직원들에게도 인기다. 사내인프라팀의 이예진 주임은 “사내 직원들에게 반응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이벤트로 시즌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데코레이션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바리스타 직원분들과 소통해 음료를 만들며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피크 커피는 비대면으로 키오스크나 모바일에서 주문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며 업무 효율화를 증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통은 기본이다. 모두가 함께 일하는 곳에서는 갈등이 있기 마련. 그래서 단순히 바리스타로서의 역량만을 보기보다는, 활발한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도전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춘 이들을 채용했다.

직원들이 커리어를 쌓도록 동행하다

한마음으로 근무하는 피크 커피의 바리스타 직원들. 근무에 대해 더 듣고 싶어 바리스타 박효정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4개월 차 바리스타입니다. 피크 커피에서 다양한 커피와 음료를 제조하고 픽업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로스팅한 좋은 원두를 선택하거나 원두에 따른 맛을 감별하죠. 또 커피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여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리스타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던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했다. “에이피알이라는 기업에 대해 알고 나니 한 치의 망설임도 생기지 않았어요. 이 기회로 실력을 키우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지원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바리스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를 ‘어린 새’라 칭하는 그는 이곳에서 음료를 맛있게 마시는 이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한다. “때로는 커피 한잔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여유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에 보람을 느끼죠. 덕분에 저도 새로운 행복을 느끼고 있어 놀랍고 감사해요.”

• 

  에이피알의 캐치프레이즈가 놓인 라운지

• 

  바리스타 직원이 섬세한 손길로 음료를 만든다.

• 커피 한 모금이 주는 휴식과 또 한 모금이 주는 위로를 알고 있기에 그는 음료를 제조할 때마다 정성을 다한다. 휴일에 다른 카페를 방문할 때에도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경험이 쌓이면 한 발자국 발전할 수 있으므로.
  “카페에 손님으로 가서 음료를 주문하고 나면 바리스타들이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봐요.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 똑같지만은 않구나 하며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죠.”
  그렇게 단단하게 바리스타의 길을 걸어가는 박효정 씨는 “신입 바리스타가 들어오면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잘 도와주고 싶어요”라며 방긋 미소 짓는다. “그때가 되면 어린 새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라며 농담도 잊지 않는다.
  계속해서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력을 키워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대회가 열리면 ‘무조건’ 참여할 것이라는 그. 더 나아가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 중 하나인 SCA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도전하겠다는 그의 눈빛이 뜨겁게 반짝인다. 에이피알커뮤니케이션즈도 박효정 씨의 꿈과 함께 걸어간다. 지금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바리스타 직원들이 좀 더 안정적인 업무 환경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에이피알커뮤니케이션즈의 목표다.

• 

  자신의 업무에 대해 소개하는 바리스타 직원 박효정 씨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업의 약속

에이피알커뮤니케이션즈는 장애인 근로자의 직무를 개선하고, 그들이 근무 환경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2명의 직무 지도교사와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경력보유여성 대상 국가 고용지원사업을 통해 채용했다. 이로써 장애인 근로자의 자립과 성장을 지원한다.
바리스타 외에 장애인 직원이 맡고 있는 여러 업무가 있지만, 좀 더 다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태도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더 많은 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피크 커피는 기존에 채용한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 외에 중증 청각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채용한 사례이기도 한데, 앞으로 중증장애인의 지속 고용과 직무 배치를 통해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임직원 모두 입을 모은다.

• 

  주문 내역에 따라 완성한 음료

• 

  열심히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 직원의 모습

피크 커피는 사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이름으로, 정상(Peak)을 향해 가는 임직원들을 위한 중간 휴식처가 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바리스타 직원들에게는 일터이지만, 원만한 근무 환경에 이들의 근무 만족도도 높다. 특히 수어와 구어를 모두 할 수 있는 매니저가 소통의 중심에 서 있어 직원들의 업무 어려움을 개선하고, 같은 시간대 근무하는 직원들은 수어와 구어 사용 가능자를 구분해 안정적인 팀 빌딩(team building)에도 신경 쓴다. 피크 커피가 주목하는 ‘정상(Peak)’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파트너로서 함께하고, 장애인 직원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포함된다. 앞으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장애인을 직접 채용해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성장할 것을 다짐하는 이곳이다.

• 

• 주문받은 메뉴를 재빠르게 만드는 손놀림,
  정확한 레시피 사이사이에는 마음이 담긴다.
  그 어떤 상황에도 진심은 감출 수 없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채광만큼 이들의
  마음에도 빛과 열정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