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
백지윤 다운증후군 배우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부쩍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던 11월, 모두예술극장에서 백지윤 배우를 만났다. 최근 연극 ‘젤리피쉬’를 통해 연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녀는 수줍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 임채홍 사진. 황지현
예술이 모이는 곳
발달장애를 가진 백지윤 배우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용을 했다. 그녀는 좋은 실력과 성실함 덕분에 발레리나로 활동했지만 드라마 ‘고고송’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길로 빠지게 됐다. “무용을 하면서 틈틈이 연기 학원을 다녔어요. 한창 연기를 배우며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학원 대표이사님이
‘고고송’ 오디션 소식을 알려주셔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심사위원 앞에서 연기를 펼치게 된 백지윤 배우는 곧바로 캐스팅이 됐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지만 백지윤 배우는 드라마를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무대와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니 어려웠던 순간들도 많았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처음 연기를 배울 땐 엄청 재밌었는데 감정 연기는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연기가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많은 양의 대본을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그녀는 모든 대본에
자신의 대사를 밑줄 긋고 포스트잇에 대사를 쓰며 연습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반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안 외워지고 어려운 대사도 계속하다보면
나아지더라고요.”
연기로 장벽을 깨다
이런 노력들이 보답받은 걸까. 백지윤 배우는 올해 5월, 연극 ‘젤리피쉬’의 주인공 켈리 역할을 통해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일 기회를 얻었다.
‘젤리피쉬’는 영국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27살 다운증후군 ‘켈리’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장애인의 주체성을 다룬다. 작가인 벤 웨더릴은
작품을 통해 연민보다 공감을 의도했고, 교훈을 주기 보다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지윤 배우는 주인공 켈리에 대해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에요”라고 소개했다. 연습하는 동안 발음이나 대사를 암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녀는 동료 배우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같이 공연한 정수영, 김바다, 김범진 배우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는 그녀는 “대사를 외우는 팁, 무대에서 호흡하는 방법, 무대
이동 동선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가끔은 이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샘이 나기도 했어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수많은 연습을 거쳤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보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지윤 배우는 무대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전 무대 체질이라
연기할 때 엄청 긴장하진 않았어요”라며 “동료 배우들과 같이 준비하고 연습한 시간들 덕분에 자신감도 있었고요”라고 덧붙였다.
꿈은 이루어진다
올해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한 백지윤 배우는 다음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공연에선 스태프들이 프롬프터로 대사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다음 공연에선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도움 없이 관객들에게 연기를 보여주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롤 모델로 배우 박해수를 꼽은 그녀는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감탄을 했다고 말했다. “연극 <파우스트> 속 박해수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분은 감정 연기나 대사를 어떻게 잘 외우는지 찾아보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죠.”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할 방법을 고민한다는 그녀의 눈에선 어느새 열정 가득한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지금은 연기에 빠져 모든 노력을 쏟고 있지만 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건 무용 덕분이라고도 말했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때 느꼈던 기쁨이 저를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녀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장애예술인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뜻을 가진 장애예술인이 모여 회의도 하고, 기획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극장 안을 모두 채울 만큼요!” 특히 꿈을 가진 장애 아동들이 주저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꿈은 꼭 이루어질 거니까,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장애인과 일터> 웹진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북을 사용합니다.
함께 꿈꾸는 세상
㈜가천누리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장애는 정체성이 아닌 개성입니다
가천대 길병원의 자회사인 ㈜가천누리는 창립한지 10년 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2명의 관리직을 제외한 41명의 직원이 모두 장애인으로 구성된
㈜가천누리는 장애 청년들이 당당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글.임채홍 사진.김도형 영상.신현균
함께 성장하는 우리
㈜가천누리는 설립 초기엔 가천대 길병원의 의무기록을 디지털화하는 단순한 작업을 주로 했지만 2023년부터 중증장애인 직원들의 직무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영상 콘텐츠 제작, 굿즈 제작, 병원 키오스크 이용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확대해갔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가천누리는 2024 하반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예술단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로스트볼 아트, 비즈 공예, 보석 십자수와 같은 공예 직무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강하경 사원은 골프를 치다 주인을 잃어버린 로스트볼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입사한 지 4개월 차라고 밝힌 그녀는 “처음 골프공에
그림을 그릴 때 울퉁불퉁한 부분이 많아 어려웠는데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어요”라고 전했다. 그녀는 특히 일주일마다 회사로 오는
미술 선생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고맙다고도 말했다.
유정임 주임은 ㈜가천누리에서 일한 지 10년 된 베테랑이다. 오랜 경력을 가진 만큼 그녀는 ㈜가천누리에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들과 대표님이 모두 친절해서 출근이 즐겁다는 그녀는 앞으로도 ㈜가천누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이 맞는 직원들과
수다도 떨고 취미도 공유하니 회사에 오는 게 재밌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계속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터에서의 성장과 기쁨
강하경 사원은 골프공에 그리는 캐릭터 중 강아지가 가장 좋지만 사람들이 호랑이 같은 어려운 동물을 좋아해서 아쉽다고도 말했다. “저는 귀여운 동물이
좋은데 선이 많고 복잡한 호랑이를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조금 아쉬워요” 귀여운 투정을 부린 그녀는 이제 실수 없이 그림을 그려서 스스로가 뿌듯하다고도
전했다. 유정임 주임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누군가 사갈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가 만든 가방이나 파우치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기분이 좋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제품들이니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인 두 사람에게 ㈜가천누리는 어떤 곳일까. 유정임 주임은 회사에 나오며 많이 웃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에서 일할 땐 또래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나이가 비슷한 동료 직원들이 많아서 대화도 잘 통하고 웃음이 많아졌어요.” 강하경 사원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다
보니 표정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있었던 회사 창립 기념일 행사에 갔는데 제가 인기상을 받았어요. 아마 밝은 표정으로 회사에서 일을 해서 상을 주신 것 같아요.” 강하경 사원의
얘기를 듣던 유정임 주임은 자신도 이날 10년 근속상을 받았다며 깨알같이 자랑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를 기대해 주세요 물론 그녀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유정임 주임은 “제가 회사에 아직 적응을 못했을 때, 동료 직원에게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낸
적이 있어요”라며 “그때 다른 동료 직원들이 제 행동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 적이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당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준 동료 직원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덕분에 지금까지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강하경 사원은 “처음
일하면서 회사 규칙을 잘 몰라서 실수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동료 직원들이 잘 알려줘서 지금은 회사에 잘 적응했어요”라고 전했다.
유정임 주임은 ㈜가천누리에 10년 동안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부모님과 함께 집을 샀다고 말했다. “제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 돈으로 가족과 살 집을 산
것이 자랑스러워요”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천누리에서 일하면서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런 유정임 주임이 부럽다고 전한 강하경 사원은
“저도 가천누리에 잘 적응해서 오랫동안 다니고 싶어요. 가능하면 집도 사고요!” 천진난만한 미소로 포부를 밝힌 그녀는 앞으로의 자신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가천누리 양승현 대표는 길의료재단 상임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25년간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마친 그는 가천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가천누리
대표를 맡게 됐다. 지난 기자, 교수 시절보다 지금 더 자부심을 느낀다는 양승현 대표는 ㈜가천누리 장애인 근로자들의 업무 분야가 확대된 경위를
설명했다. “최근 병원이 AI화가 진행되며 이전에 하던 디지털화 업무를 굳이 저희 직원들이 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로스트볼 아트, 굿즈 제작
등 직원들이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수공예 업무를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장애인 근로자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도 직원들과 웃는 얼굴로 출근하고 싶다고 전했다.
㈜가천누리 그룹 인터뷰
양승현 대표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주)가천누리는 직원 중 70%가 20~30대인 젊은 회사입니다. 이런 젊은 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영상 콘텐츠나 공예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도전하고
좋은 성괄르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주)가천누리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제가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돕도록 하겠습니다.
유정임 주임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10년 동안 (주)가천누리에서 근무하며 많이 웃게 됐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 직원과 취미를 공유하다 보면 출근하는 게 즐겁기도 했습니다. 특히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 돈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산 게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주)가천누리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건강한 빵을
만드는 제빵사의 꿈에도 도전해보겠습니다.
강하경 사원
“앞으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실수도 많았지만 이제 수정 없이 완벽하게 그림을 그려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주)가천누리에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표정도 밝아지고 보다 건강해진 느낌도 듭니다. 회사 규칙이나 그림 그리는 팁을 알려준 동료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 (주)가천누리에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같이 즐겨요!
같이 하면 오래 할 수 있습니다
배드민턴 동호회 까치클럽
글. 임채홍 사진. 신현균
2017년에 만들어진 까치클럽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동호회다. 강남을 상징하는 까치의 이름을 딴 이곳은
누군가에겐 희망의 장소이기도 하다. 배드민턴을 칠 때만큼은 장애도 잊고 즐겁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배드민턴 동호회, 까치클럽
12월의 어느 금요일, 강남스포츠문화센터 대체육관은 바람을 가르는 스매싱 소리로 가득 찼다. 저녁 시간임에도 셔틀콕이 네트를 가로지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내고 있는 이곳은 배드민턴 동호회 ‘까치클럽’의 연습 장소다. 매주 화, 목,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2시간씩 배드민턴을 즐긴다는 이들은 이미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만반을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까치클럽은 15명의 중증 장애인과 2명의 코치, 그리고 보호자들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함께해온 이들은 끈끈한 우정으로 지금까지 까치클럽을 이어오고 있다.
“까치클럽은 강남구에 장애인을 위한 배드민턴 동호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2017년에 만들어졌어요. 당시엔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던 때라 체육관을 대관하는 것부터 고비였어요.” 처음 동호회가 만들어졌던 과거를 회상한 까치클럽 홍희선 회장은 “그래도 어떻게든
장애인들을 위한 배드민턴 동호회를 유지하고 싶었고 꾸준히 노력해서 지금의 까치클럽이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곳
비장애인들에게 운동 동호회는 많다 못해 넘친다. 지역과 종목만 검색해도 몇십 개씩 나오는 동호회에서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동호회는 많지 않다. 특히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는 사실상 돈을 내고 수업을 받는 방식 외에는 없다고 동호회원들은 말했다.
“처음 까치클럽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장애인들이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김진아 보호자는
발달장애를 가진 딸 강민지 씨와 5년째 까치클럽에 나오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까치클럽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수소문 끝에 동호회에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비장애인도 운동을 하면 사람이 밝아지듯이 제 딸도 운동을 계속하면서
많이 밝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가족 모두가 밝아져서 행복합니다.”
지인을 통해 동호회에 오게 됐다는 정우수 씨는 까치클럽 소속으로 대회도 나가본 베테랑이다. 배드민턴을 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그는 “운동을 계속하면서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어요. 이렇게 재밌는 배드민턴을 더 많은 분들과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홍희선 회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까치클럽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올 때가 있는데 항상 회장님이 전화로 안부를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가끔씩 사주시는
음료수도 꿀맛입니다.” 까치클럽 소속으로 출전했던 대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해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어요.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엔 좋은 성적을 내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23년부터 까치클럽에서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는 이시은 씨는 당시에 같이 일했던 회사 동료 덕분에 동호회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엔 구경만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라켓을 잡고 배드민턴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까치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한 그녀는 “집중력도 길러지는 것 같아요. 약간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분이 들기도 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까치클럽에 있는 코치들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학교에선 무작정 공을 치기 바빴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코치님들에게 스텝이나 공을 치는
타이밍 등을 배워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또 하나의 가족
까치클럽 동호회원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함이 좋다고 전했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평범한 일상이 자신들에게는 힘이 된다고 회원들은
말했다. 이시은 씨는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을 하시다 보니 집에 혼자 조용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까치클럽에서 서로 인사도 하고 오늘 어땠는지
얘기하다 보면 시끌벅적한 가족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라며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김진아 보호자 또한 강민지 씨가 회원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동호회 이전엔 1대1 수업 형식으로 정해진 운동만 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회원들과 얘기할 기회도
많아지고 친구도 생기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까치클럽을 지켜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홍희선 회장은 “가끔 회원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장애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부족한 면이 있을지라도 그것도 잊을 만큼 운동에 몰두하는 거죠”라고 전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까치클럽 활동은 시종일관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이 땀 흘리며 운동을 즐긴 이들은 당연하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만약
이들과 같이 배드민턴을 즐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까치클럽의 문을 두드려보자. 누군가와 같이 운동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