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을 슬로건으로 이동약자들이 가고 싶은 장소를 찾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수빈 공동대표는 사명감보단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항상 겪어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계단뿌셔클럽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을 위해 박수빈 대표님과 계단뿌셔클럽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저는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수빈이라고 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한 지는 올해로 한 10년 정도 됐습니다. 창업하기 전에는 서비스 기획 업무를 했고 당시 회사 동료였던 이대호 공동대표와 뜻이 맞아 계단뿌셔클럽을 만들게 됐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들이 갈 수 있는 장소를 보다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영리임의단체입니다. 모바일 앱 ‘계단정복지도’와 클럽 활동을 통해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계단뿌셔클럽’을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당시 직장 동료였던 이대호 대표와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제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보니 갈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매번 어디 갈지 찾는 것도 어렵고 정보도 불확실하다 보니 이 문제를 왜 아무도 해결하지 않는지에 대해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다 “그럼 저희가 해볼까요?”라고 툭 얘기가 나왔다고 그렇게 이동약자들의 막힘없는 이동을 위한 계단뿌셔클럽이 시작됐습니다. 비장한 사명감보다는 ‘한 번 해볼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만큼 계단뿌셔클럽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출발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본업 이외에 추가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볍게 진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시작은 저와 이대호 공동대표, 그리고 이대호 공동대표가 설득한 개발자, 디자이너를 포함한 5명으로 출발했습니다.

계단뿌셔클럽 어플
계단뿌셔클럽 어플
아산나눔재단에서 상패를 받은 계단뿌셔클럽
아산나눔재단에서 상패를 받은 계단뿌셔클럽
창업한 첫날부터 돈을 벌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거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잘 골라서
창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계단뿌셔클럽, ‘계단정복활동’ ‘굴러서 가는 장소 모으기’ 등 회사 이름부터 프로젝트명이 눈에 띕니다. 이런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는 건가요?

A. 저와 이대호 공동대표 말고도 저희와 활동을 같이하고 콘텐츠를 도와주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과 수다도 떨면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계단뿌셔클럽은 봉사활동이나 사명감보단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참여하고 가볍게 오고 가며 알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동약자 당사자인 만큼 너무 저희를 약자로 보는 활동들은 제가 매력을 못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재밌는 활동인데 의미까지 챙길 수 있도록 이름부터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박수빈 공동대표와 이대호 공동대표
박수빈 공동대표와 이대호 공동대표
계단뿌셔클럽 창업 과정을 설명하는 박수빈 공동대표
계단뿌셔클럽 창업 과정을 설명하는 박수빈 공동대표

Q. 처음 창업을 하고 마주친 현실의 벽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은 건 일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계단뿌셔클럽을 하려고 모이니 일할 곳이 없어서 처음엔 카페나 라운지 같은 곳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처음엔 사무실을 벗어나 색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에 재미도 느꼈지만 업무 환경이 아닌 만큼 점점 집중력도 떨어지는 등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카카오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공유 오피스를 쓰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팁이 있으실까요?

A. 사실 창업한 첫날부터 돈을 벌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거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잘 골라서 창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창업을 하면 고생을 겪으며 중간중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그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100% 진심으로 창업을 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규모를 작게 시작해서 시행착오도 겪고 감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쉽게 지치고 재미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체력이 중요합니다. 창업을 하면 생각한 것보다 더 일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됩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사람도 만나고 상황을 좋게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 사람이 날카롭지 않고 생각도 똑바르게 할 수 있으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단뿌셔클럽 활동 단체 사진
계단뿌셔클럽 활동 단체 사진

Q. 계단뿌셔클럽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저희 비전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입니다. 그런데 그 주어를 장애인이나 이동약자로만 한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가 함께한다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같이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식할 겁니다. 그렇게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물리적인 해결보단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그 방법으로는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가 함께 어울릴 기회를 많이 만드려고 합니다.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는 덴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방법을 찾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무실 앞에서 미소를 보이는 박수빈 공동대표
사무실 앞에서 미소를 보이는 박수빈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