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플루언서
박경돈 플립플라워 대표
“함께 일하는 동안 즐거워야 된다”
글. 임채홍
사진. 신현균
플립플라워는 청각장애인과 플로리스트의 장점만을 합해 만들어진 꽃 정기구독 서비스 업체다.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주는 꽃처럼,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물하는 플립플라워 박경돈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를 위해 플립플라워와 박경돈 대표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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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은 리프(leaf, 잎)와 플라워(flower, 꽃)의 합성어로 꽃잎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주 사업 모델로 하고 있고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계절에 가장 신선하고 예쁜 꽃을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Q. 꽃 정기구독이란 서비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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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꽃을 사려면 오프라인 가게를 가야했습니다. 하지만 꽃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막상 가게에서 어떤 꽃을 사야할지 잘 몰라 고민하던 일이 많았습니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는 이런 분들을 위해 전문 플로리스트가 해당 계절에 가장 신선하고 예쁜 꽃들을 선정해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저희는 유통 과정에 있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개선해서 구독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꽃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절화의 80% 이상은 양재 공판장에 모여 경매가 이루어진 뒤 전국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부산 농가에서 생산된 꽃이 서울에 왔다 다시 부산 꽃집으로 가는 일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불필요한 과정을 개선했고 그 결과 유통 단계에서의 가격을 절감하고 유통기간을 줄여 품질이 좋은 꽃을 서비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업 초반엔 주요 고객층을 카페나 네일샵, 미용실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어 적극적으로 고객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
화훼 업계 1등보다는, 누군가
청각장애인과 관련된 사업이나
장애인과 협업하는 사업을
구상할 때 “플립플라워에 한 번
가봐”라는 이야기를 듣는 기업이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와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육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할 당시, 청력 손실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청각 장애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여성 청각장애인의 고용률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각장애라는 특성상 발달된 시각 능력과 직업 만족도가 높은 플로리스트가 합쳐진다면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를 혼자만의 생각에서 멈추지 않았고, 일터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들과 직접 만나며 의견도 듣고 제안도 드리면서 플립플라워라는 회사의 기초를 다지게 됐습니다.
Q.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계신데 양성 과정이 궁금합니다.
1년 상·하반기에 각각 1번씩 6명의 교육생을 선발해서 8주 동안 교육을 진행합니다. 여기에 플립플라워 구독자 300명이 증가할 때마다 1명의 플로리스트 교육생을 추가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도 아직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낯설다 보니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이 기간은 교육생들이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수업은 수어통역사와 속기사가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훼 사업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선 표현이 어려운 단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핸드타이드(hand-tied, 손으로 묶은 꽃)나 센터피스(center piece, 화초 등을 꽃병에 넣어 예쁘게 꾸미는 것) 같은 단어들은 초보자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 수어통역사와 속기사 분들이 현장에 함께해 교육을 원활하게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사실 국내에선 전례가 없던 교육을 기획하다보니 사업 초반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교육도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며 피드백을 통해 보완이 됐고 지금은 수료생 중 직접 플라워샵을 창업해 운영하는 분도 계실만큼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 교육을 진행하면서 놀란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플로리스트 교육을 계획할 때, 막연히 통역 시간까지 고려하면 기존 수업 시간보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을 진행해보니 다들 너무 잘하고 집중력이 좋아서 기존 교육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실제로 상품을 구매하시는 구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플립플라워 홈페이지를 보시면 정말 많은 후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행히 구독자분들 대부분 상품에 만족해하시고 재구매율도 8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을 만큼 높은 수치를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립플라워가 가진 선순환 구조를 많이 좋아해주십니다. 저희는 현재 청각장애인분들과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농가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농가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뚜렷하다 보니 학생 졸업이나 어버이날 시즌이 아니면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플립플라워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비수기에도 일상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부분을 구독자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와 일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으셨나요?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하는데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특히 회사 내에서 이뤄지는 회의나 업무에 대한 내용이 서로 명확하게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추후에 부가적인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내에선 사소한 내용일지라도 협업툴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회사에 맞는 협업툴을 찾기 위해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사용해본 것 같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지만, 조직이나 업무를 관리할 때 발생하는 시행착오들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다같이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플립플라워의 운영 철칙이 궁금합니다.
핵심 가치 3가지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함께 일하는 동안 즐거워야 된다’입니다. 단순히 많이 웃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같이 성장하고 협업하기 위해선 즐거움이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전문성’입니다. 연민이나 윤리 소비에 기대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앞으로도 사업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협업 가능성’입니다. 장애인은 같이 일할 때 무조건 배려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협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관계라는 개념을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씀드린 3가지 가치는 막연하게 생긴 목표들이 아닙니다. 예전에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옆에 있을 때 첫인상이나 인식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연민을 느낀다’ ‘도와줄 방법을 찾는다’ ‘슬퍼 보인다’ 같은 답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3가지 핵심 가치와 양질의 상품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하면 이런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긍정적인 힘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플립플라워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화훼 업계 1등보다는, 누군가 청각장애인과 관련된 사업이나 장애인과 협업하는 사업을 구상할 때 “플립플라워에 한 번 가봐”라는 이야기를 듣는 기업이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해나가면 장애인들이 어엿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일하는데 문제없도록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