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플루언서

권혁상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경력성장실 연구위원

"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글. 김엘진
사진. 신현균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의 ‘포용성장전문연구인력양성사업(이하 포용사업)’은 2022년 시작과 동시 매년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2022년 158%, 2023년 118%)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관련 업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주역, 권혁상 연구위원을 만났다.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를 위해 권혁상 연구위원님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2007년 11월 설립, 과학기술인 대상의 개인 개발, 경력 개발, 조직 개발 등 HRD 전 영역에서의 역할을 정립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저는 2008년 입사해 과학기술인재정책 관련 업무를 해왔고, 2022년 포용사업을 맡으며 이공계 장애대학(원)생의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57명, 2023년 71명의 학생들이 수료했는데, 계속해서 목표치와 지원 학생 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포용사업을 통해 2022년부터 이공계 장애학생 현황조사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3년 조사 결과 이공계 장애대학(원)생이 전국에 약 1,710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권혁상 연구위원

권혁상 연구위원

  • 권혁상 연구위원

    권혁상 연구위원

  • Q. ‘포용성장 전문연구인력 양성사업’의 장애학생 지원 내용이 궁금합니다.

    포용사업은 재학 중인 학생은 물론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대학원생에게는 연간 2,000만 원 이내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이 있는 출연연구기관과 연구자를 매칭해 현장에서 직접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대학생에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행정 분야에서 근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방학을 이용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또한 ‘공공연구기관 탐방캠프’를 운영해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온라인 멘토링을 실시해 진로상담 등 고민 해결을 돕고, 장애지원 온라인 콘텐츠의 개발·보급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사업을 맡으셨을 때는 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고 들었는데,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맡게 된 것은 다른 기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잘 풀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당시 장애에 대한 지식도 장애인과의 만남 경험도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부끄럽지만 첫 사업설명회에서 만난 장애학생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 사업을 맡고, ‘내 머리로만 기획하면 100% 실패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을 찾았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비롯해 유관기관을 다니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또한 장애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며 여전히 사회의 장애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고, 이러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더욱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Q.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포용사업을 맡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걸 배운 곳이기도 합니다. 처음 공단 분들과 회의하며 ‘이들은 장애인 지원 사업을 단지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원의 대상이 단 한 명이 되더라도 지원을 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이공계 장애학생들이 연구기관 행정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직무를 개발하고 있으며, 장애지원용 학습콘텐츠 제작과 수어통역 등에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공공연구기관 탐방캠프 운영 지원을 받았으며, 포용사업의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MODU’ 사업 멘토 활동'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MODU’ 사업 멘토 활동

  • Q.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 강사 자격을 취득하셨다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장애 학생과 첫 대면 때 미숙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하는 내가 그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 무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 강사 자격에 대해서 알게 됐고 도전하게 됐죠. 지금은 강의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연구 현장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체득했고, 이러한 경험이 강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Q. 장애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청각장애인 분과 회의했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사와 함께 회의에 참여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저와 장애인 분의 이야기를 통역하시는 수어통역사 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다 그 장애인 분이 자신을 봐달라는 손짓을 하는 걸 보았습니다. 화자는 그분이었는데 저는 막상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거죠. 이 경험을 통해 크게 깨달은 부분이 있었어요. 이후에는 같이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원들에게도 꼭 이러한 부분에 대해 미리 짚어주고 있습니다.

Q. 비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장애인에게 있어 고용 문제는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어떤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은 ‘인식 개선’보다는 ‘인식 전환’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선이란 건 잘못된 걸 올바르게 바꾼다는 의미인데요, 사실 비장애인들이 잘못된 생각을 한다기보다, 정확히는 모르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요? 광고에 장애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런데 그걸 인식하지는 않잖아요. 인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보여야 더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영향력이 있는 장애인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더 많이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일까요?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저서 「정의론」에서 “사회의 행복은 그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거나 배제된 약자의 행복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회의 평등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하지만, 약자를 위한 공정한 환경도 반드시 제공되어야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 '함께 일하는 직원과'

    함께 일하는 직원과

  •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 준비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 준비

Q. 유튜브에 장애인식 콘텐츠를 꾸준히 게재하고 계시는데요.

포용사업에 참여 중인 연구원들과 함께 기획하는 콘텐츠입니다. 비장애인이 몰라서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 ‘장애인식개선’ 영상에서 이야기하고요, 사업에 참여 중인 학생들은 ‘대학원생 연구개발지원 사례’ 영상에서 소개합니다. 더불어 장애를 가진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장애지원’ 영상을 통해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으로 검색해주세요.

Q. 공공 연구기관 탐방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2024년 탐방캠프는 대전과 서울에서 방학·학기 중 각각 1박 2일로 진행합니다. 지난 7월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현장 탐방을 진행, 현직자 특강과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자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지우 씨의 초청특강도 준비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들은 진로를 준비하며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도 하며, 연구원 입사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연구를 하며 관련 특허를 낸 친구들도 있어요. 성과도 반응도 꽤 좋은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Q.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 거점대학 대상 사업 설명회 등 행사를 진행하며 여전히 중증장애에 대한 기피 현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힘든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장애 유형과 정도를 차별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실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전맹 학생 기피, 시각장애 안내견 기관 출입금지 등의 벽을 느끼기도 합니다.

Q. 앞으로 장애학생을 위해 더 진행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현재 예산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확보해 장애학생들의 해외 연구기관 탐방캠프를 추진하고 싶습니다.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꼭 이 꿈이 이뤄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도 생길 거고, 이들에게 외국 연구기관에서 근무할 기회도 열어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미래의 과학기술자가 될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꿈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일단 하세요.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할까’ 를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국내에도 다양한 지원제도가 준비돼 있으니 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찾아 빨리 문을 두드릴 것을 권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세요. 할 수 있어요. 우리 사업이 목표가 ‘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해주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의 장애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일단 움직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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