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휠체어로 떠나는 역사 여행
수원화성행궁
글, 사진. 하석미
저신장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이자 장애 인식개선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원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의 이상이 담긴 조선 시대의 고풍스러운 왕궁으로, 고요한 역사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낮에는 전통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평화로움이,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더해진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휠체어 사용인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된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역사적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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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의 꿈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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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입구에 서면, 고요한 역사 속으로 발을 내딛는 듯한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웅장한 기와지붕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역사 속으로 초대받는 기분이다. 수원화성행궁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모시기 위해 수원에 건설한 화성의 중심부에 위치한 왕궁이다. 정조대왕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수원화성을 건설했다. 또한, 이곳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한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봉수당’ 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지은 전각으로, 각종 연회와 의례가 열렸던 장소다. 행궁은 왕의 임시 거처이자 정치적, 군사적 중심지로서 설계되었으며, 군사적 방어와 정치적 이상을 반영하고 있다. 주요 전각인 ‘낙남헌’은 정조대왕이 국사를 논의하고 백성과 소통했던 공간으로, 그의 애민정신과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수원화성행궁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조선 왕조의 철학과 정조대왕의 이상이 담긴 역사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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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수원화성행궁 : 전통 건축과 자연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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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행궁은 낮과 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녔다. 이곳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느지막한 시간을 잡아 낮과 밤을 모두 보길 적극 추천한다. 낮의 수원화성행궁은 햇살 아래 전통 건축이 빚어내는 고요한 아름다움과 자연이 어우러진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섬세한 조화 속에서, 과거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곳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한낮의 행궁은 역사의 시간을 밝고 생동감 있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조선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화성행궁의 건축물은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각 전각은 왕과 그의 수행원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지형적, 건축적 특성으로 인해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역사 공간들이 여전히 많다. 수원화성행궁도 그랬다. 15년 전만 해도 문턱 등이 많아 휠체어 사용자들이 참 불편했다. 그 후 사람들의 민원 등이 들어가며 모두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설을 잘 갖추게 되었고, 지금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수원화성행궁의 주요 관광지와 전각들은 현재 평탄한 길로 연결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도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화성행궁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 봉수당 역시 경사로를 통해 휠체어 사용자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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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맛과 추억을 담은 거리: 통닭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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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먼저 채우고 느긋하게 야간 행궁을 보려 찾은 수원화성행궁 근처의 통닭 거리는 수원의 맛과 향취를 깊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오래된 골목을 따라 늘어선 통닭집들은 각자의 비법으로 바삭하고 풍미 가득한 치킨을 선보인다. 거리는 고소한 치킨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 활기찬 분위기였다. 낮의 행궁을 둘러본 후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치킨 한 조각과 여름날의 시원한 맥주는 여행의 피로를 싹 녹여주었다. 통닭 거리는 맛과 추억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수원을 방문한 내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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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화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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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찾은 야간 행궁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5월 3일부터 10월 27일까지는 야간 개장을 볼 수 있다. 해가 진 후 행궁 바닥부터 화려한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은은한 조명은 건물의 세세한 문양을 강조하듯 보여주며, 신비로운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 있었다.
특히, 낙남헌과 봉수당은 야간에 더욱 빛을 발했고, 낮 동안 햇살에 빛나던 건물들은 어둠 속에서 조명의 도움으로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벽과 기둥에 비치는 조명의 그림자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듯,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화성행궁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와도 같다. 2023년 복원된 ‘우화관’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연꽃 모양의 조형물이 ‘숨쉬는 꽃’이라는 콘셉트로 움직이고 있는 이색적인 광경도 볼 수 있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다. 더불어 야간 개장 동안에는 특별한 문화 행사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역사적 공간 속에서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이 단순히 건축물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밤에 조명을 따라 이동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휠체어로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길이 잘 마련되어 있어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수원화성행궁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과거의 아름다움과 철학을 느끼며, 미래를 향한 영감을 얻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며, 이곳에서의 하루는 역사와 자연,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자로서, 이곳에서 경험한 것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역사적 깊이가 잘 어우러진 수원화성행궁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진정으로 포용적인 역사적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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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여행 준비
- • 가는 길 : 1호선, 수원역 / 장애인 콜택시 031-253-5525
- •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 • 주차시설 : 화성행궁 공영 주차장, 장애인 무료 / 경증 장애인 50% 감면
- • 화장실 : 수원시립미술관 옆 깨끗한 장애인 전용 화장실 있음
- • 먹거리 : 행궁동 음식 문화거리 통닭
- • 휠체어 대여 : 수동 휠체어 4대, 화성행궁 진입로 근처 대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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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
수원문화재단
- • 입장료 : 중증 장애인 및 동반 무료 / 경증 장애인 본인만
- • 야간 개장 : 5.3.(금)~10.27.(일) 중 매주 금~일요일(공휴일 포함) / 관람 시간 18:00~21:30(21:00 매표 및 입장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