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발견
디지털 전환 시대의 장애인 고용:
기회와 도전, 그리고 사회복지의 미래
글. 곽재복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우선 사회복지의 날을 맞이하여, 지난 39년간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실천해 온 경험을 되돌아보며, 오늘날까지 함께 해 온 모든 사회복지사 선후배, 동료와 지역사회의 여러 은인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사회복지사는 묵묵히 다양한 현장에서, 특히 장애인 영역에서는 장애인의 권익 향상과 삶의 질 개선, 사회 통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4차 산업 혁명 속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며,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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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적 관점의 장애인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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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으며, 사회복지는 물론 장애인 고용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큰 도전을 동반하기도 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직무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무가 등장하는 가운데, 장애인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서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인천전략’1 에서 최우선 요소로 ‘빈곤 탈피와 경제적 자립’을 들고 있으며,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이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빈곤의 굴레에서 탈출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고용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고용률이 약 3.17%에 불과하다. 특히 민간 기업에서의 고용률은 2.99%로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를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데 있어 여전히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경제적 문제 해결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장애인의 고용에 관한 것은 일을 통해 자신의 성장,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 존중을 통한 자존감을 높이는 가치 있는 일이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은 기본적 권리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복지관에서의 경험을 통해 디지털 전환이 장애인 고용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 근무나 온라인 취업 알선, 상담, 교육은 장애인이 더욱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직무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넘어,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복지관의 다른 실적은 감소하는 데에 반해 디지털과 고용이 결합한 영역에서는 200%의 성과를 통해 약진하는 결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 나아가,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독감, 고령화 문제는 오늘날 사회복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의 협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복지와 과학을 결합한 새로운 사회복지의 길을 열어야 한다. 과학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나 데이터 기반의 정책 결정 등은 앞으로의 사회복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늦어서 고마워’라는 책에서 ‘공감형 기술직’이 전망이 밝은 유망직이라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과 공감이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맥락적으로 사회복지직은 공감을 기본으로 활용하는 직업이므로 절반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면, 과학적 소양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프리드먼은 디지털로 촉발된 대변화의 해결책으로 역설적이게 ‘건강한 지역사회’를 제시하여, 지역사회의 참여와 책임을 강조하였다.
1 한국이 주도하는 제3차 아 ·태 장애인 10년(2013~2022년) 동안 아 ·태지역 7억 명 장애인의 권리실천을 목표로 2012년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가 채택한 행동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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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복지의 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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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의 시대에서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정의와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무 개발과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확대 : 장애인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장애인이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고, 새로운 직무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과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2. 장애인 고용 인센티브 강화 :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격 근무를 위한 기술 지원이나 직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장애인을 더 쉽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맞춤형 지원과 직무 훈련, 근무의 유연성 확보 : 서비스현장에서는 개별 고용 계획 수립과 맞춤 사업장 배치, 직무 수행 능력 향상, 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제 등 환경변화에 대해 유연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4. 디지털 전환 시대에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이며, 이를 넘어서는 것은 없다. 이제 우리는 복지와 과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사회복지의 길을 열어야 한다.
끝으로,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새로운 길을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장애인 고용과 사회복지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모두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