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께
가장 무겁고 더러운 연료
‘중유’에 의해 오염된 바다 구하기
글. 이수정
지난 50년 동안 인간의 지배력으로 바다의 환경은 크게 악화했다. 해저 생태계가 훼손되고 수온 상승으로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그 핵심에 선박의 주된 연료로 사용되는 중유가 있다. 중유로부터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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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인근 중유 사용 금지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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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7월 1일, 북극해에 중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조치를 발효했다. 이는 북극이 환경오염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극지방에서는 온도가 더 빨리 상승하는데 지구 평균 온도가 4도 상승할 때 극지방에서는 온도가 11도나 상승한다. 2015년 기준 북극의 온도는 20세기 초와 비교해 2.9도 상승한 상태이며 현재 북극 빙하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조치에 허점이 많아 우려를 표했다. ‘보호 연료 탱크’를 갖춘 선박은 적용이 면제되고, 북극 연안에 근접한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까지 5개 국가는 면책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청정운송협의회(ICCTC)는 이번 조치로 북극해 지역의 중유 사용량 감소는 1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캐나다 교통부는 2026년 7월 1일까지 중유 사용 금지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노르웨이를 제외한 러시아와 미국, 덴마크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중유란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를 증류하고 난 다음 얻어지는 흑갈색의 점성이 있는 석유이다. 원유를 증류했을 때 30~50%가 중유가 된다. 중유는 발열량이 석탄보다 2배가량 높고 열효율도 뛰어나다. 수송과 저장이 쉽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선박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1900년대 중반부터 선박을 운항하는 주된 연료로 사용되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바다를 건너는 대형 선박 연료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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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러운 연료’가 오염시킨 해양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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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박 산업에 유용하게 쓰이는 중유가 환경에는 전방위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면 어떨까. 중유는 석유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연료’로 꼽힌다. 중유 중에서 벙커C유가 대형 선박의 주된 연료로 쓰이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황이 환경에 치명적이다. 황은 초미세먼지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물질로 현재 전 세계 황 배출량의 12%가 바다의 대기오염 물질에서 나온다. 또 중유는 바다로 유출되면 방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수온이 낮을수록 연료가 분해되지 않고 덩어리로 가라앉아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는 바다코끼리, 북극곰 등 바다 동물을 위협에 빠뜨리고, 생태계를 파괴해 장기적인 퇴적물 오염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중유가 연소되면서 만들어내는 블랙 카본(Black Carbon)은 해수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블랙 카본이 대기 중에 있는 동안 열을 끌어들여 북극 빙하의 해빙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북극 주변에 더 많은 수송 경로가 열리고 탄소 배출 위험이 급증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게 된다. 북극해를 오가는 선박은 2013년 1,298척에서 지난해 1,782척으로 37% 증가했으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블랙 카본 배출량은 8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인 2030~2040년대에 북극해 주변에 항로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더불어 극지방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의 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어 지구 전체에 엄청난 기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중유로 인한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묵묵히 받아주고 있다. 2021년 8월 발간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 중에는 약 8,700톤의 탄소가 있는데, 그 46배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붙들고 있다고 한다. 바다가 이처럼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준 덕에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선박의 중유 사용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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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살리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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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바다에 배출하는 각종 유해 물질의 양은 2050년까지 2~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오염이 심각한 벙커C유 사용에 대한 규제가 실시되고 있다. 황 함유량이 기존의 3.5%에서 0.5%로 엄격해졌다. 또 국가적 차원에서 선박 운행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2019년 프랑스 비아리스(Biarritz)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해상 운송 수단의 속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다”라고 선언했다. 실제 유조선의 속도를 12~11노트로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18%까지, 10노트로 줄이면 30%까지 감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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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유가 연소되면서 만들어내는 블랙 카본 (Black Carbon)은
해수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블랙 카본이 대기 중에 있는 동안 열을 끌어들여
북극 빙하의 해빙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북극 주변에 더 많은 수송 경로가 열리고
탄소 배출 위험이 급증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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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대체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에너지 소비가 적은 선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친환경 선박 기업, 에코 마린 파워(Eco Marine Power, EMP)는 화석연료 대신 풍력과 태양 에너지를 함께 사용해 벌크선, 유조선, 크루즈선에 사용할 수 있는 선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개발 중인 범선 빈트스킵(Vindskip)은 풍력과 액화 천연가스(LNG)로 움직이는 배로, 배기가스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무탄소 선박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저탄소 선박들이 사용될 것이다. 저탄소 선박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의 조선업은 현재 무탄소 선박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참고문헌
주경철, 『바다인류』, 2022. 자크 아탈리, 『바다의 시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