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장애인고용의 명품,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

‘프로젝트 H’

글. 이정주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 센터장

콜로세움의 로마, 피렌체, 밀라노, 볼로냐, 베니스, 제노바, 나폴리, 시칠리아 이름만 들어도 당장 떠나고 싶은 눈부시고 아름다운 나라 이탈리아. 람보르기니(Lamborghini), 페라리(Ferrari), 마세라티(Maserati), 구찌(Gucci),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프라다(Prada),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 등 명품의 고향. 그 외에도 커피머신, 요트, 가구, 안경, 유리 세공 등 많은 Made in Italy를 자랑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중요성

명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에는 놀랍게도 재벌이 없고, 대자본, 대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1. 명품은 대부분 소규모 소량생산 ‘이태리 장인의 한땀 한땀’에서 출발했고, 출발점에는 협동조합(Coop)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7만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대부분의 산업주체는 소규모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다. 중세 도시국가2 상공인 조합 길드(Guild)에서 시작한 조합은 통일 이탈리아(1861년)에서는 지역단위 중심의 풀뿌리 협동조합으로 이어졌고, 세계적 명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이탈리아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10년간 경제규모가 1조 8,000억~2조 2,000억 달러 사이에서 정체되었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47%로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침체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앞장서고 있는 주체는 협동조합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다3. 이탈리아의 사회협동조합은 사회복지와 교육 사업을 경영하는 A 유형과 소외계층의 노동통합을 위한 B 유형으로 나뉜다. 특히 B 유형은 종사자의 30%를 소외계층을 고용해야 하는 노동통합형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장애인고용은 대부분 사회통합형 협동조합이 담당하며 정부는 사회적 협동조합과 효과적으로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연계고용제도와 유사하게 장애인의무고용을 일부 인정해주고 있다.

A 유형

B 유형

경영자/종사자/조합원

모두 가능 (수행 활동에 밀착된)

소외계층 30%

시장

사회 보건, 교육 서비스 영역

모두 가능

자료: Ghibeli, P. (2012).


1 여기서 대기업이란 세계 500대 기업을 말하는데 이태리는 현재 500대 기업 중 5개가 있지만 위 생산업종은 아니고 전기, 통신, 보험 등의 업종이다. 그나마 있었던 이탈리아 최대의 기업 피아트(Piat)는 이미 네덜란드   회사가 된지 오래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많은 페라리조차도 전 세계 기업순위로는 250위 정도에 불과하다.

2 베네치아, 제노바, 볼로냐, 밀라노, 피렌체 등이 상공업, 금융의 중심지로 세력을 확장하였다.

3 사회적협동조합법(1991). 법률 381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지역사회의 일반적 관심사와 시민의 사회통합 실현을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은 사회와 생산을 결합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카디아이(CADIAI)’와 장애인고용‘프로젝트 H’

  • 오늘날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기까지는 1974년 볼로냐 지역에서 시작된 ‘카디아이(CADIAI)’의 공이 크다. 27명의 여성이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돌보면서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보건 및 교육 서비스는 협동조합 설립의 조건이 되지 않아 돌봄자원봉사단체로 출발했다. 이후 장애인 사회재활, 노인 돌봄 서비스, 어린이 교육 서비스, 청소년 교육 서비스로 확대하면서 지역사회와 주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사회적 협동조합(Cooperative Sociale Progetto)탄생의 원동력이 된다. 카디아이는 현재 2개 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을 위해 7개 요양시설, 5개 주간케어시설, 25개의 유치원(Gaia)을 운영하고 있다. ISO 9000, UNI11010(장애시설 인증), UNI 10881(노인요양기관 인증), UNI 11031(어린이집 인증) 등을 받을 정도로 돌봄 서비스 전문성이 높은 기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카디아이의 노력은 이탈리아 돌봄 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협동조합 창업에 불을 지폈고, 현재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은 2001년 5,674개, 2011년 1만 1,264개에서 현재 2만 3,000여개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볼로냐 카디아이 사회적 협동조합 전경

    볼로냐 카디아이 사회적 협동조합 전경

    무엇보다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를 살리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탈리아 프로젝트 H’의 출범이다. 여기서 ‘H’는 ‘장애가 있는(Handicapped)’를 의미하는데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목적을 강조한다. ‘프로젝트 H 사회적 협동조합(Cooperative Sociale Progetto ‘H’_이탈리아어)’은 장애인에게 스스로 직업에 몰두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설립한 장애인고용 사회적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고용 사회적 협동조합 프로젝트 H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은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 샤르데냐 지역의 작은 마을 마코메르 협동조합이다. 처음에는 10명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다. 점점 지역사회, 학교와의 업무계약이 늘어났고 조합원들의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지금 ‘프로젝트 H’는 학교 간이매점, 학생식당 위탁, 주간 돌봄 시설, 재활센터, 공원 매표소 운영 계약을 따내 일자리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주정부와 재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프로젝트 H는 단순히 장애인 채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각 개인에 적합한 능력을 평가하고 맞춤형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전문적인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사회적 협동조합과 연합체를 구성해 지방 정부와 기업의 서비스 위탁분야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수도원을 호텔 및 회의장으로 리모델링해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직업영역을 개발하여 어린이와 주민들의 환경 교육,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마치 우리나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사와 직업전문학교에서 수행하는 장애인 고용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특화시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 ‘프로젝트 H 사회적 협동조합’ 주요사업
    • • 레스토랑 및 케이터링 서비스 : 학교 및 지역사회 구성원의 건강을 위해 레스토랑 및 케이터링을 제공합니다. 2016년 4월에는 카페 레스토랑 'Hub'를 오픈했습니다.

    • • 농업 : 케이터링 식재료 및 판매용 채소를 재배합니다.

    • • 관광 : 취약계층을 포함한 지역사회 구성원을 위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관광지인 지역의 다양성과 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보사 마니라와 보노르바에 숙박시설을 운영합니다.

    • • 주거 프로젝트 : 커뮤니티 생활공간을 제공해 장애로 인해 사회적 적용이 어려운 이들의 네트워크 생성 및 유지를 지원합니다.

    • • 포장용역 :영리 기업의 포장, 분류, 보관 등 다양한 포장 용역을 수행합니다.

    • • 가죽공방 : 자동차와 오토바이 시트, 항해용 쿠션 및 소형 실내 장식품을 제작하고 수리합니다.

    • • 운송 서비스 : 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치가 장착된 차량으로 공공기관 및 민관기관을 대신해 운송 서비스를 수행합니다.

  •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회서비스 사업 광고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회서비스 사업 광고

글을 마치며

  • 최근 유럽 경제가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 감소는 유럽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놓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많게는 우리나라 4배 이상의 GDP를 자랑하던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는 2024년 현재 세계 7위를 두고 우리나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 되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탈리아의 경제적 하락의 이유로 대자본과 대기업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중소규모로 난립해 있는 수많은 협동조합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정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래도 이탈리아는 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줄어도 협동조합에서 고용하는 장애인을 줄였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진정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때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프란체스카 교황이 ‘혼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 협동조합을 치사했던 말이 떠올려 진다. 비록 지금은 경제적 감소로 어렵더라도 지역사회 장애인을 끝까지 돌보며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이탈리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 열린 커뮤니티
    (생활공동체) 만들기

    • 장애를가진조합원의 노동 보장

    • 생활에서 '일'만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

    다양한
    조합원 구성

    • 다중이해관계자(노동자 조합원, 자원봉사자 조합원 등)

    • 조합 외부의 다양한 유급/무급 전문직 협력자

    학습의
    기회

    • 직업교육기관과 협력을 통한 직업훈련 실시

    • 매월 1회 정례회의

    • 장애인의 가정생활과 교육과정의 유기적 연계

    • 장애인 직업교육 중요성 인구 및 교육 이후의 일자리 준비

    ‘프로젝트 H’ 장애인 직업훈련 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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