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안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부 3인의
체리나무 원목도마 만들기
친환경 도마에 나만의
개성을 가득 담아보자
글. 김엘진
사진. 신현균
장애인의 고용 안정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부 직원들이 나무 도마 만들기에 나섰다. 단순한 주방용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특별한 도마를 만들며 창의적인 시간을 나눈 원데이클래스를 소개한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7월 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본사 보조공학부의 세 사람이 분당구에 위치한 나무 공방 ‘쿠보’를 찾았다. 송춘섭 부장, 김규일 과장, 곽호정 대리다. 오늘 만들 작품은 체리나무(Cherry, 벚나무) 원목도마. 쿠보 이준의 대표가 원데이 클래스 선생님으로 나섰다.
“목공이라 위험한 기계를 다루기도 하지만, 위험한 부분은 제가 도와 안전하게 작업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간에 시간이 남으면 책갈피도 만드실 수 있어요.”
선생님이 보여준 유창목으로 만든 책갈피 샘플에 세 남자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일하는 시간에 우리만 와서 미안했는데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줄 책갈피도 만들어줄 수 있으니 좋아요!” 김규일 과장의 말에 송춘섭 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모두와 나눌 수 있겠다!”
이들의 각오를 들은 선생님이 서둘러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 재료는 북미에서 온 체리나무입니다. 그럼 각자 앞에 놓인 원목에 만들고 싶은 도마를 분필로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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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개성을 담은 도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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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원하는 모양을 그리면 됩니다. 기존 도마의 모양을 따라가지 않아도 돼요”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세 사람이 분필을 집어들었다. 송춘섭 부장은 최대한 나무를 적게 잘라내도록 모서리만 둥글게 잡는 그림을 그렸다. “원목을 최대한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딱 정해진 게 좋거든요. 비정형보다는 정형이 좋고, 절도가 있는 게 좋습니다.”
반면 김규일 과장은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저는 이런 게 이쁘더라고요.” 그러나 그의 하트는 “기계로 원목을 잘라야 하는데 하트의 V 부분 등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밖으로 둥글리는 모양을 선택하시는 게 좋아요”라는 선생님의 만류로 콩알 모양으로 변경됐다. 곽호정 대리는 샘플 도마와 비슷한 고래모양을 선택했다.
모서리만 잘라내는 단순한 모양을 그린 후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계속해서 그림을 고쳐가는 것을 지켜보던 송 부장이 결국 다시 분필을 집어들었다. “완성되면 사진도 찍고 매거진에도 나오니까 제 개인 취향보다는 좀 더 개성을 담는 게 좋겠죠? 제 것만 너무 단순하면 안 예쁘잖아요.” 그의 새로운 그림은 물고기 모양이었다. 그는 도마가 완성되면 피자나 파전을 올릴 계획이라며 몇 번이나 그림을 다듬었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밴드쏘(Bandsaw)’를 이용해 원목을 자르는 단계. 세 사람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조심스럽게 분필선을 따라 원목을 잘라냈다. 이어 ‘벨트 샌더’를 이용해 단면을 다듬는 과정은 다소 위험하기에 선생님이 직접 작업했다. 그동안 세 사람은 사장님, 이사님, 그리고 부서 직원 8명에게 선물할 책갈피를 만들었다. 이들은 밴드쏘로 잘라낸 유창목 책갈피 위에 레이저마킹기로 직원들의 이니셜을 새겨나갔다.
“진짜 우리 부서 직원들 모두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네요”라는 송 부장의 말에 김 과장, 곽 대리도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사다리 타기로 걸려서 온 건데요. 진짜 오길 잘 한 것 같아요. 너무 재밌어요.”다음은 타공 단계다. 각자 원하는 타공 위치와 크기를 결정하자, ‘스핀들(Spindle)’을 사용해 원목에 구멍을 뚫는 과정이 이어졌다. 선생님이 미리 주의를 주었다. “제가 같이 잡아드리겠지만 조심하셔야 해요. 스핀들이 회전하기 때문에 옷이나 손이 닿으면 바로 감아버립니다. 위에서 타공할 부분을 톡 찌른 후, 꽉 눌러주시면 됩니다.”
타공까지 마친 송 부장의 도마는 완전한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제가 보기와 달리 술담배를 안 하거든요. 그리고 물고기를 키웁니다. 그래서 이 도마가 진짜 맘에 들어요. 어항 옆에 둬야겠어요.” 송 부장은 몇 번이나 도마를 들어 보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다음 단계는 모서리를 다듬는 것. 세 사람은 선생님과 함께 ‘트리머(Trimmer)’를 사용해 도마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었다. 선생님은 트리머를 사용할 때는 절대 후진을 하면 안 되고 전진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이 베어링 옆에 있으면 딸려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긴장 속에서 모서리를 다듬고 난 뒤에는 비교적 안전한 샌딩 작업이다. 샌딩기와 사포를 번갈아가며 사용해 자신의 도마를 최대한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으로, 이 작업에 작품의 완성도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포 숫자가 커질수록 부드러운 샌딩이 가능해요. 우선 150으로 샌딩하고, 이어 180, 200으로 샌딩하면 됩니다. 편평한 면은 기계로 하시고, 모서리 부분은 손으로 해주세요. 나뭇결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고, 구멍 안쪽도 사포를 둥글게 말아 샌딩하는 게 좋아요.”
샌딩을 마치고 보드라워진 도마에 오일을 바르는 것이 마지막 단계. 세 사람은 식용 허가를 받은 특수 오일을 도마에 바르고 천으로 문질러 광택을 냈다.
“그늘에 일주일 정도 두셨다가 오일이 완전히 경화된 후 사용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너무 잘 하는 분들이 오셔서 작업도 수월했고, 작품이 예상보다 예뻐서 저도 뿌듯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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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직원 모두와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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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를 지어본 적도 있고, 나무 식탁도 만들어본 적이 있다는 송춘섭 부장은 모두에게 목공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고, 나무를 만지고, 도마를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함소현 대리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업무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에 서로 ‘니가 가라’ 하며 미뤘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고 우리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오고 싶어요. 함 대리 고마워요.” 처음엔 도마를 파전이나 피자를 올리는 용도로 쓰겠다던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용하기는 너무 아깝고 그냥 장식용으로 벽에 걸어둘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도마에 ‘Awesome’이라는 글귀를 새긴 김규일 과장은 “우리 보조공학부 사업이 어썸이라는 단어처럼 훌륭하게 발전하길 바랍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을 정하고, 샌딩을 얼마나 할 건지 고민하는 등 모든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목공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장님이 모든 걸 잘하는 만능인이고, 호정 대리가 세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호정 대리에게 더 큰 일을 맡겨도 되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곽호정 대리는 다음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 귀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함께 만든 도마는 길이길이 대대로 남기려고요”라며, “선생님께서 너무 잘 도와주셔서 처음에 기대했던 모양 그대로 나와 만족스럽습니다. 아까워서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고 방에 걸어 두려고요”라고 소감을 전했다."우리 부장님이 모든 걸 잘하는 만능인이고,
호정 대리가 세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호정 대리에게 더 큰 일을 맡겨도 되겠어요." -
장애인 고용 안정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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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부 송춘섭 부장
저희 보조공학부는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출퇴근 교통비 및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감마스탠딩 등의 기립형 휠체어,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한 점자노트북 등 고가의 장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합니다.
특히 우리 업무가 장애인분들의 고용 유지와 고용 안정, 또 고용 촉진 유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굉장히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으며, 퇴직하는 그날까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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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부 김규일 과장
제가 하고 있는 업무는 부서의 성과 평가, 그리고 보조공학기기나 출퇴근 교통비 지원 같은 저희 부서 사업에 전반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부서 성과를 전반적으로 계획·기획도 하는 업무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업무가 장애인분들께 도움이 되고 또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지만, 또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실제 사업의 결과물로 나왔을 때 나름 보람도 느끼고 뿌듯함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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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부 곽호정 대리
저는 보조공학기기 시스템 담당이자, 전용몰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에서 올해부터 보조공학기기 안내 업무를 전용몰과 홈페이지에서 하고 있는데, 아직 조금 부족한 점이 있지만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분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면 장애인분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믿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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