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세상
눈에 띄지 않아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인하대학교 장애인 행정인턴
글. 김엘진
사진. 황지현
영상. 신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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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개교,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인하대학교는 2018년부터 ‘장애인 행정인턴’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4명으로 시작한 행정인턴은 현재 25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평일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4시간씩 근무한다. 인하대학교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행정인턴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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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개교한 인하대학교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와이 이주 동포들의 정성어린 성금을 자양분으로 인천의 ‘인’, 하와이의 ‘하’를 따서 이름 지어진 인하대학교는 2024년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세계, 그리고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미래인재를 양성하며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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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안정된 일자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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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는 2018년부터 지역사회와 동반성장을 목표로 장애인 행정인턴 채용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역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적응을 돕고, 나아가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윤시영 인하대 장애인 행정인턴 담당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훈련센터, 그리고 장애인복지관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근무 중에 어려움은 없는지, 동료와 관계가 원만한지 살펴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즐거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실제 장애인 행정인턴들은 직무와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직원을 삼촌이라 부르고, 동료들과도 형제처럼 지내며 일상의 고민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공유모빌리티를 관리하는 지적장애인 박혁 씨와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지적장애인 황인현 씨도 매일매일 통화를 하고, 서로의 집에 놀러갈 정도로 친하다고 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를 해요. 맨날 괴롭혀야지!”라는 박혁 씨의 말에 황인현 씨가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침에는 귀찮게 하지 좀 마, 나 잘 거야.” 그러나 두 사람은 대화 내용과 달리 무더위에도 서로를 쿡쿡 찌르고 킥킥 웃으며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인하대에는 총 25명의 장애인 행정인턴이 △우편 분류 △불법주차 단속 △공유 모빌리티 정리 △교내 체육시설 관리 △분리수거 △구내식당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전화 안내실에도 1명의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최대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산학협력단에 연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윤 담당은 “현재는 정규직이 아니지만 기간제 근무자의 경우에도 일을 잘 하는 경우 무기계약으로 계속 근무하기도 합니다”라며, “집하장의 이용길 님이 무기로 4년째 근무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후천적으로 지적장애를 가지게 된 이용길 씨는 “저는 근처 중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해봤는데, 인하대학교의 일이 더 좋습니다”라며, “사람들도 좋고, 일도 좋고, 제 꿈은 65살이 될 때까지 일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라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윤 담당은 “때로는 퇴사 후 다른 곳으로 이직했던 인턴들이 다시 우리학교에서 일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해요”라며, “눈에 띄지 않아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을 장애인 행정인턴들이 해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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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형과 성향에 맞는 업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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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의 장애인 행정인턴 제도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떠한 과정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걸까?
윤시영 담당은 “교내 장애학생 지원실과 협력해 재학 중인 장애 학생에게 행정보조 업무를 맡겼는데, 업무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행정인턴으로 채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유 모빌리티 관리 직무를 개발한 것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였다. 공유 모빌리티 이용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며 보행 통로나 차량 통행로에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거나 자전거와 킥보드가 뒤엉켜 탑승자에게도 보행자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학교는 공유 모빌리티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고, 지정된 구역에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아 줄 수 있는 장애인 행정인턴을 채용하게 된 것.
채용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그리고 지자체 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장애인을 위한 직무를 전달하면, 기관에서 적합한 인력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윤 담당은 “단독 근무가 편한 청각장애인은 공유 모빌리티 관리나 불법주차 단속 업무에 배치하고, 발달센터에서 같이 훈련받던 동기들은 체육시설 관리 업무에 함께 배정해 서로 도우면서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도 장애인을 위한 직무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소화기 관리 업무를 추천해주셔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넓고 건물이 많아 소화기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장애인 행정인턴을 고용해 건물별로 나눠서 소화기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편 분류실에서 2년째 근무 중인 한흥규 행정인턴 역시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후천적 지체 장애인이 된 그는 인하대학교가 장애인이 된 후 처음 가지게 된 직장이라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고 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근무하다가 개인 사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고용포털 ‘워크투게더(WorkTogether)’에서 공고를 보고 인하대에 오게 됐다. 그는 현재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며, 오전·오후 각 3명의 근로 장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사고 후 첫 직장이라 더 감사한 마음도 있고, 더 성실하게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그는 “입사했을 때부터 학교 측에서 제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을 많이 살펴주기도 했고, 함께 일하는 근로 장학생들도 여러모로 세심하게 배려해주어 매우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입사했을 때부터 학교 측에서 제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을 많이 살펴주기도 했고,
함께 일하는 근로 장학생들도 여러모로 세심하게
배려해주어 매우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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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 상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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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하대는 이 사랑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협력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기관과 소통하며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상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인천시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실현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수업으로 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팀러닝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봉사 동아리 ‘용마루’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움을 포기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통해 배움에 대한 갈증 해소를 돕고 있으며, ‘인하대학교 경기·인천 씨그랜트센터’에서는 인천연안 해양오염 실태를 점검해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한 정책을 인천시에 제안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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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2017년 11월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병원에서 3년을 있다 나오니 오른팔과 상반신 마비의 중증 장애인이 되었죠. 그때는 정말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장애인고용포털 ‘워크투게더’를 통해 인하대에 오게 되고 지금은 일을 한 지 2년이 되어갑니다. 이렇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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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살까지
일하고 싶어요.”인하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친척에게 소개를 받았고, 4년 넘게 일하고 있어요.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 일하고 있어요. 파지 정리, 분리수거가 제 일이고, 같이 일하는 집하장 동료들도 관리하고 있어요. 일은 조금 힘들때도 있지만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오래오래 65살까지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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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모으고 싶어요.”장애인발달센터 소개로 오게 됐어요. 집하장, 테니스장에서 일하다가 2년 계약이 끝나고 다시 계약해서 지금은 공유 킥보드 정리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과 삼촌(관리자)도 잘해주시고, 집도 가까워서 좋아요.
그리고 여기가 제가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라 가끔 중학교 때 동창도 학교에서 만나서 반가워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모아서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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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지난해 4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연락이 와서 인하대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운동장과 테니스장의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뽑고, 창고 정리도 하고 있어요. 전에 식당에서 일했는데 여기 이 학교에 오니까 사람들도 잘해주고,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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